"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
어떤 진리나 신념이 없이 단지 조용히 살아가기를 선택했던 한 젊은이의 생활을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대학시절 저에게는 거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일상에서 무언가 특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고 달리 추구하는 것도 없이 담담하고 관조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어떤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에 많은 한국작가들이 답습한 그 문체의 건조함이나 특유의 <씁쓸한> 분위기는 한때의 시대분위기와 맞물려 꽤나 유행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분위기야 여전하지만...
마지막 페이지인가 그 이전이던가 전화를 건 와타나베에게 미도리는 그렇게 물어봅니다.

"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

형언할 수 없는 어떤 감동과 함께 막막함을 느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래,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오늘 그런 의문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정국에서는 천도가 위헌 결정이 나고, 신문 일면은 충청권 부동산의 급락 분위기를 대서특필하고, 양태영은 결국 금메달을 빼았겼고, 복직된 서울대 미대 교수는 유명한 화백들의 친일 행각을 폭로하고, 메신저로 후배 여자애에게 초보운전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성명점으로 이름에 안 좋은 운이 낀 것에 좌절하고, 노트북을 사고 싶어서 통장 잔고를 뒤적거리고, 점심은 뭘 먹을까를 생각하고, 주말에는 뭐할까를 고르고...
언제나 그렇지만 동일한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다른 가치관과 수많은 다른 생각과 수많은 다른 행동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난장판의 모퉁이에서 항상 '주류'가 아닌 나는 무엇을 하며, 무엇에 기뻐하며,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하고 생각들이 정말 가치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살며시 드는군요.
by 촛불과채찍 | 2004/10/22 11:40 | 日常茶飯事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calmguy.egloos.com/tb/45458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깐밤 at 2004/10/22 12:20
......살다보면...언젠간 발견하게 될거라 믿고 싶습니다..아아..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