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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야구장 외야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가 시원하게 날아가는 야구공을 보고 소설을 써야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것 만으로도 멋진데... 이런 말도 남겼더군요. "나는 타인이 얘기한 것과는 다른 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말로. 좀 더 심플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을 만큼 심플하게. 심플한 말을 반복하여 심플한 문장을 만들고 심플한 문장을 반복하여 결과적으로는 심플하지 않은 현실을 그리는 것이다." 역시, 그의 무미건조한 단어로 감수성이 짙게 배인 현실을 그려내는 솜씨는 그런 결심에서 나온 것이로군요. 그의 소설은 저에게는 잘 달여진 셔츠 깃만큼이나 빳빳하고 신선합니다. 우리 집에 책이 너무 많아져서 며칠 전 책장을 새로 사들였다. 직업상 어쩔 수 없 다고는 하지만 책이란 점점 늘어나기 마련인 그런 것이다. 짜증이 나서 1/3 정도는 팔아 치우자고 아침부터 선별 작업에 착수했는데, 막상 처분을 하려고 하니 '이건 이미 절판된 책이고' '또 언제 읽을지도 모르니까' '팔아 봤자 싸구려인데'하는 생 각이 들기 시작하자, 전혀 숫자가 줄지 않는다.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신간 하드커버 원서를 사 두었는데 읽지도 않은 사이에 번역 본이 잽싸게 나와 버린 예로, 번역본이 있는데 힘들게스리 영어로 책 읽을 기분도 나지 않고, 영어책 따위 팔아봐야 돈도 안되고, 이런 경우엔 정말 울고 싶어진다. 그리고 보존해 두어서 도움이 될지 않될지 잘 분간이 안가는 잡지도 처치 곤란이 다. 예를 들어 <유레카>라든가 <키네 旬>이라든가 <뮤직 매거진> <미스테리 매거진> <스튜디오 보이스> <광고 비평> 같은 것은 버리고 나면 나중에 후회할 것만 같아 그 냥 나두지만 아직까지 도움이 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존해 두었던 오오하시 아유미 시대의 <헤이본 펀치> 삼십 권이나, <영화예술> 삼년치, 창간 당시의 <앙앙> 오십권 등은 지금도 제법 유 용하게 써먹고 있으니, 정말 판별하기가 힘들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잡지가 차지하 는 공간도 무시할 수 없다. 요리 페이지를 좋아해서 <가정화보>는 보존하고 있지, <에스콰이어> <뉴욕커> <피 플>은 직업상 필요하니까 쌓아 두지 등등을 생각하면 실로 짜증이 난다. 특별히 물 욕·소유욕이 왕성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물건만 늘어나는 건지! 그 점 <아르바이트 뉴스>나 <피아> 같은 타입의 정보지는 정말이자 부담이 없다. 그 기간이 지나면 아무 미련없이 휙 내 버릴 수 있으니 말이죠. 내가 잘 가는 외국서적 전문 헌책방이 간다(神田)에 있다. 이 책방의 좋은 점은 무슨 책이든 뒤범벅이 되어 있어, 희귀본도 쓰레기 같은 책도 가격이 일률적으로 책 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사심없는 책장사들이 몽땅 자취를 감춰 버 려 서운할 따름이다. 특히 중고 레코드 가게에 그런 경향이 심해서, 조금이라도 진 기하다 싶으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옛날에는 (옛날이래야 십 년 하고 조금 전이지만) 이렇지 않았다. 예를 들면 중고 가게의 구석지에 굴러다니는 말 월드런*의 <레프트 아론> 오리지널이라든가, 몽크* 의 보그 10인치 오리지널 같은 것을 끈기있게 찾아내어 천엔에 살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찾아내는 게 취미라, 학생시절에는 온 동경에 있는 레코드 가게를 순례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횡재'를 낚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희망이 없다. 이 점, 그 칸다에 있는 중고 원서 가게는 아직도 정상적인 가격으로 흥미로운 것 들을 살 수 있어 귀중한 존재다. 단 그 헌책방은 책을 장르별로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지 않아,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거나 쌓여 있는 터라, 원하는 책을 찾 아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몇천권이나 되는 페이퍼백의 책 등을 살피는 일은 그다지 시력이 좋지 못한 인간에게는 고행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그 책방에 들어서면 한 시간 정도는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 고, 덕분에 다른 책방에서는 입수할 수 없는 귀한 책들을 꽤 많이 찾아냈다. 단 이 책방 주인이 손수 만들어 붙이는 책 때에 씌어 있는 일본어 제목만큼은 신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독수리는 내려 앉았다)*란 제 목이 <독수리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로 돼 있곤 하니, 잭 히긴즈도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뭐 그런 웃음거리가 있으니까 내 쪽도 심심치 않지만. 어린 시절 외상으로 책을 살 수 있었던 것만큼 사치스런 일도 없었다고 나는 생각 한다. 우리 가족은 아주 평범한 살림살이를 하는 살람들이었는데, 아버지가 책을 좋아해 서 내가 동네 책방에서 갖고 싶은 책을 외상으로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물론 만화나 주간지는 안되고, 올바른 책만이다. 그러나 어쨌든 외상으로 책을 살 수 있 다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었고, 덕분에 남 못지 않은 독서 소년이 되었다.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모두들 한결같이 놀라는데, 내가 자란 곳에서는 아이가 외 상으로 책을 사는 일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당시 내 친구 중에도 몇 명인가 그런 아이가 있어, 책방 계산대에서 '저요, 미도리가오카에 사는 ○○인데요, 외상 으로 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다. 그러나 그런 특권을 부여받은 아이가 보두 독서관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으니 불가사의하다. 불가사의하지요? 옛날 얘기를 계속하자면 당시 (1960년대 전반기) 우리 집에서는 가와데쇼보(河出 書房)에서 출간하는 <세계문학전집>과 중앙공론사에서 나오는 <세계의 역사>를 매달 책방으로 배달되도록 주문하여, 나는 그것을 한권 한권 읽으며 십대를 보냈다. 덕분 에 나의 독서 범위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외국 문학 일색이다. 소위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했는데, 최초의 인연이라든가 환경에 의해 사람의 취향은 대개 결정되 고 마는 모양이다. 만약 그 당시 우리 집에서 주문했던 책이 <일본문학전집>과 <일본의 역사>이고, 최 초로 읽은 책이 <파계>*였다면 나는 지금쯤 탐욕스런 리얼리즘 소설을 쓰고 있을 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란 요령부득이다. 어른이 되고서도 외상으로 책을 산 적이 없다. 마음 먹으면 크레디트 카드로 살 수도 있지만, 웬지 내키지 않아 현금으로 지불한다. 역시 'XX동에 사는 무라카미인 데요, 외상으로 해 주세요'하고 스무스하게 말이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예외없이 책방으로부터 사인회를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는데, 나는 이 사인회라는 걸 지금까지 한번도 해본 일이 없다. 사인하기를 딱히 싫어하는 까닭은 없지만, 좌우지간 귀찮다는 것과 부끄럽다는 명분으로 사인회만큼은 하지 안 는다. 하지만 다른 작가들이 하는 사인회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싫지 않아서, 멀찌감 치에서 바라보며 '제법 좋은 구두를 신고 있군'이라든가 '글자 가지고 되게 멋부리 고 있군'이라든가 '사진보다 훨씬 늙었잖아'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절대로 사인회를 하지 않는다. 사인 회란 존재 자체에 대해서 비판적이거나 그런건 결코 아니다. 사인회를 하면서 사인을 청하는 독자가 안 오는 것만큼 거북살스러운 일도 없다. 팬이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 둘레를 일곱 바퀴쯤 에워싸고 사인을 기다리는 정 도라면 문제는 다르지만, 그렇게 쉽사리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무라카미 류(村上 龍)* 씨조차도 '저 말이지, 그게 한동안 끊어질 때가 있거든' 하는 정도니까, 하물 며 다른 작가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하랴. 내가 시부야에 있는 세이부 백화점 서적 매장에서 목격한 사인회를 예로 들자면, 이십분동안 한명의 독자도 오지 않는 모 작 가가 있었다. 그 작가의 건너편에서는 다케미야 케이코(竹宮惠子)*의 사인회가 열리 고 있었는데, 그 쪽은 밀치고 떠밀리고 야단법석이다. 얼마 안 있어 모 작가 쪽도 따분해진 듯 다케미야 케이코 쪽을 들여다보느라 기웃기웃거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불쌍했다. 이런 일만큼은 절대로 당하고 싶지 않다고 절실하게 생각한 다. 그런데 사인이 들어 있는 책 얘기인데, 가령 헌책방에 내 사인이 들어 있는 책을 팔러 가면 가격을 쳐 주는가 하면, 그런 일은 결코 없다. 헌책방 아저씨에게 들은 얘 기로는 사인이 들어 있어 비싸지는 책은 기껏해야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카이 코 켄(開高健)* 세대까지로, 그 다음 젊은 세대 작가의 서명 따위 낙서나 다름없다 고 한다. 낙서라니 그 또한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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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할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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